가시나무 새.

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2008/08/02 11:16 Posted by G_Gatsby

한 순간 정신을 잃었습니다.
의식은 있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살아 오면서 큰 병 한번 앓아 보질 않았고, 늘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자랑 이었습니다.

주변의 고함 소리가 울려 퍼지고 내가 어디론가 실려 가는 기억 까지 생생 합니다. 마치 "잠수종과 나비"의 영화속 주인공이 된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빙산이 녹아 내리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무섭지 않더군요. 팔 다리가 움직이는 감각은 없었지만 정신은 온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웃음이 나왔습니다. 어쩌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정신은 웃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더 또렷하게 기억을 할 수 있더군요.

걸어서 5분 거리도 안되는 병원까지 가는 길이 몇시간 같이 느껴졌습니다. 머릿속에는 늘 같은 노래만 맴돌더군요. 자칫하면 흥얼 거릴뻔 했습니다. 의사가 달려오고 시끄러워지더니 잠이 마구 쏟아 지더군요. 눈을 감으면 영원히 잠들것 같았습니다.

지난, 목요일 난생 처음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습니다. 덕분에 만 하루동안 영양주사 맞으면서 병원에서 편히 쉬었습니다. 여러가지 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모두 정상이라고 합니다. 빈혈 환자가 헌혈을 하게 되면 느낄수 있는 순간적인 쇼크 라고 하더군요. 그렇다고 빈혈이 있는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원인이 스트레스증후군과 만성피로 라고 하더군요. 예상치 않게 객지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봅니다. 사는게 참 우습죠. 병원 시트에 누워 있는 걸 상상해 본적도 없는데 말이죠.

책을 보는 것도 허용이 안되어서, 줄곧 누워서 자다가 졸다가를 되풀이 했습니다. 정말 지겨웠습니다. 누워 있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스쳐 가더군요. 지금은 생각을 버려야 할때라고 굳게 다짐을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익숙한 하늘과 익숙한 땅위에서 한 그루 나무가 자라 납니다.
매일 매일 되풀이 되는 것이어서 나무는 늘 그자리에 머물러 있는것 처럼 보이죠.

언제 부턴가 새들이 날아와 가지에 앉질 않습니다.
늘 변함없는 풍경인데, 단지 새들이 날아오질 않습니다.
겨울이 오고, 풍성한 잎사귀가 다 떨어지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것 같습니다.
가지에 돋아난 가시를 보고 나서야 말이죠.

산다는 것은,
나무에 풍성한 잎사귀만 가꾸는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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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adfoot 2008/08/02 19: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아무 이상없다니 다행입니다.

    건강관리 잘 하시고,
    앞으로는
    늘 건강하십시요. 몸도 마음도..

    • BlogIcon G_Gatsby 2008/08/02 2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저도 좀 놀랐는데, 괜찮습니다. 덕분에 병원에서 사육당했죠. 먹고 자고..먹고 자고.ㅋ 하루의 기억이었지만 병원은 있을곳이 못되는것 같아요.

  2. BlogIcon 권대리 2008/08/02 23: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지금은 좀 괜찮으신가요?
    좀 어떠세요?

    정말 건강관리가 최우선인것 같네요..

    아프지마세요~~
    특히나 객지생활이시면..더더욱 말이죠..
    아프면 서럽잖아요 ㅠㅠ

    그래도 지금은 괜찮으신거죠? 포스팅이랑 댓글 다신걸 보면.. ㅎㅎ

    • BlogIcon G_Gatsby 2008/08/03 07:46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이제 괜찮습니다.^^ 여름에 너무 더우니까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것 같아요. 크게 아프지도 않았고 기분도 좋아지고 아무렇지도 않아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권대리님.

  3. BlogIcon 미리내 2008/08/03 1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별일 없다니 다행입니다.

  4. BlogIcon 2008/08/03 12: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고...
    편찮으셨군요.

    요새 날이 무척 더워서 견디기 힘든데,
    아프기까지 하셨으니 고생 많이 하셨네요.

    • BlogIcon G_Gatsby 2008/08/03 2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인것 같아요.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것 같습니다. 덕분에 정신이 확 드는 그런 그낌이 드네요.^^

  5. BlogIcon 빈상자 2008/08/07 2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워낙 평소대로 변함없는 활동을 하시니 이런 일이 있었을 줄을 상상도 못했네요
    그만큼 지금은 모두 회복한 상태라고 여기겠습니다

    사람이란 존재가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상당히 더 여린 존재더군요
    나이에 관계없이 항상 '나약한' 우리들을 보살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샌.

    쉬엄쉬엄 하세요. 안그래도 갯츠비님이 철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 BlogIcon G_Gatsby 2008/08/07 2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넵 지금은 괜찮습니다. 다만 컨디션이 안좋아서요 조금 고전하고 있지만 여름엔 다들 그렇잖아요.^^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6. BlogIcon 비프리박 2010/03/05 2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트레스와 만성피로가 참 무서운 적입니다. 그쵸.
    5분간 그야말로 만가지 감정 만감이 교차했겠습니다.
    건강한 사람이 의식을 잃다니!
    벌써 그게 대략 1년 반 전의 이야기군요.
    저어기 위에 답글 단 사람들 가운데 제가 아는 분도 보이는군요.
    미리내님과 권대리님 그리고 개츠비님. ^^

    • BlogIcon G_Gatsby 2010/03/08 19:27  댓글주소  수정/삭제

      스트레스와 만성피로가 정말 무섭긴 하죠. 요즘도 수면의 질이 부족해서 인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살다가 별일 다 겪어 보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