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난뒤에 밀려오는 알듯 말듯한 생각들은 단지 영화를 본것 이상의 무언가를 남겨준다. 비쥬얼한 액션장면이 일품인 오락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감정들을 전달해 주는 영화도 좋다. 이러한 영화들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게 된다. 영화 더 리더(The reader)도 그러한 영화중에 하나인것 같다.
'이터널 선샤인'에서의 '케이트 윈슬렛'의 모습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었는데, 더 리더(The reader) 에서 보여준 그녀의 모습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것 같다. '랄프 파인즈'의 독특한 이미지도 잘 어울리고 영화속 주인공들의 모습도 공감이 가는 영화. 아마도 꽤 오랫동안 이 영화가 주는 미묘한 감정들이 기억될것 같다.
영화는 고상하고 잘생긴 중년 남자의 기억을 더듬어 올라간다. 사람과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이 중년남자의 기억에는 어떠한 일이 있었을까. 그의 기억은 감수성이 풍부한 15살 사춘기 시절의 모습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그 기억의 끝에는, 그가 그녀를 처음 만난 비오던 베를린의 풍경이 있다.
금지된 사랑, 완성을 꿈꾸다
소년에게 그녀와의 만남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무뚝뚝해 보이는 그녀의 소박한 친절이 새삼 감동스러럽게 다가온 이유는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소년에게 다가온 이 새로운 감정은 그녀의 나이도 직업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에게 다가온 그녀의 모습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여자였다. 소년은 서른을 훌쩍 넘긴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곧 소년의 모든것이 된다.
감수성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소년의 감정은 미숙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 미숙한 감정은 소년의 모든것이 되고 만다. 소년은 어른이 된것처럼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와 모든것을 나누고 싶어 한다. 그녀에게 모든것을 열어버린 소년은 기쁨과 행복, 그리고 충만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녀와 사랑을 하고 그녀를 위해서 책을 읽어 준다. 그녀는 유독 책을 읽어 주는것을 좋아했고, 소년은 그녀에게 책을 읽어 주며 기쁨을 느꼈다. 어쩌면 금지된 사랑이었지만 소년은 행복해 한다.
태생적 아픔, 그속에 갇히다.
그녀의 생활은 무료하다. 생활을 위해서 규칙적으로 일을 하지만 사람들과 교류를 하진 않는다. 그녀에게는 태생적인 아픔이 있다. 그 아픔은 언제나 그녀의 모든것을 지배했다. 그녀에게 어린 소년이 나타났다. 소년은 어리지만 꽤 지적인 모습이다. 그녀는 소년의 어린 육체와 지적인 모습을 좋아하게 된다. 그녀가 책을 읽을수 없는 문맹이라는 아픔은 소년의 모습으로 위로를 받는다. .
소년의 목소리를 통해서 그녀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그것은 글을 읽지 못하는 그녀가 평생 느끼지 못하던 새로운 감정이었다. 그녀의 컴플렉스는 소년의 목소리를 통해서 채워지는 것만 같았다. 소년에게서 사랑을 느끼진 않지만 만족 스럽다.
이별의 기억.
그녀의 직장에서 문맹이라는 사실이 탄로가 날것 같은 일이 생긴다. 그녀는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그래서 그녀는 그곳을 떠나야 했다. 그녀는 소년에게 어떠한 말도 남기지 않고 떠난다. 그녀에게 소년을 좋아하지만 사랑을 느끼진 못한다.
그녀는 떠나고 소년은 상심에 잠긴다. 소년의 첫사랑은 그렇게 이별을 고했고, 소년의 마음은 굳게 닫힌다. 그리고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열지 않게 된다. 사랑은 소년에게 커다란 자국을 남겼고 세월은 흘러 간다. 소년은 법을 공부하는 대학생이 되고, 여자는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치전범으로 몰려 재판을 받게 된다. 소년의 로맨스는 그녀를 재판하는 법정에서 다시 되살아 난다.
사랑을 잃어 버린 소년에게 다시 보게된 그녀는 더 이상 사랑만이 존재하진 않았다. 사랑과 미움, 그리고 연민이 모두 뒤섞인 감정이었다. 성인이 되어가는 만큼 그의 마음도 굳게 닫혀가고 있었다. 자신에게 사랑과 이별을 한꺼번에 안겨준 그녀는 15살 소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매력적인 여성만은 아니었다. 무식하고 어리석은 불쌍한 여자였다. 사랑과 애증의 교차점에서 소년은 그녀를 만나기를 거부한다. 소년은 나이가 들어갔고, 여자는 교도소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재회. 또다른 이별
어느새 소년은 중년이 되어버렸다. 세속적인 사랑을 했지만 그의 마음을 채울수는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텅 비어 있는 무언가가 있었고 결코 채워지지 않았다. 중년이 되어버린 소년은 다시 그녀의 기억을 더듬어 내려간다. 사랑과 애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또다른 연민과 동정을 만들어 냈다. 소년은 더 이상 여자를 사랑할수 없었지만, 어린시절 자신을 지배했던 그녀의 모습을 결코 떨쳐버릴수 없음을 알게 된다.
소년은 그녀가 좋아하던 책을 들고 녹음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녹음이 된 테이프를 그녀에게 보낸다. 연민과 동정 애증이 교차하는 소년의 감정은 이렇게 그녀에게 전달이 된다.
소년을 기억하게 된 그녀는 묘한 감정이 휩싸인다. 세상에 홀로 떨어져 늙어가는 그녀에게 소년의 존재는 하나의 빛과 희망이 된다. 소년의 목소리는 지난 시절의 느꼈던 감동을 되살아 나게 했다. 소년의 테이프가 쌓여갈수록 그녀의 기억은 행복을 더듬어 간다. 그리고 그것은 희망이 되어 그녀는 결국 글을 읽고 쓸수 있게 된다.
교도소 출소를 며칠 앞둔 어느날. 드디어 두 사람은 재회를 하게 된다. 수십년에 걸쳐 여자는 백발의 노인이 되었고 소년은 중년의 남자가 되었다. 남자는 자신의 기억에서 여자를 잊으려고 노력했고, 여자는 자신의 기억에서 소년을 되살리려고 노력했다. 여자는 그 기억의 교차점이 이미 지나쳤음을 알게 된다. 헛된 희망을 알게 된 순간, 여자는 결심을 하게 된다.
더 리더 (The reader)
감독 : 스티브 달드리
출연 : 케이트 윈슬렛, 랄프 파인즈, 데이빗 크로스
2008년 미국, 독일작.
그녀가 사라진 후, 남자는 마음의 짐을 벗고 자신만의 세상에서 나오려고 노력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이렇게 평생을 두고 기억과 망각을 되풀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과 미움의 교차점이 어디에서 만나는지에 따라서 사람사이의 관계는 이렇게 극과극의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영화는 두 주인공간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잘 그려낸다. 케이트 윈슬렛의 표정과 랄프 파인즈의 눈빛은 별다른 대사가 없어도 감정 전달이 된다. 사랑과 미움, 연민과 동정에 이르는 감정의 변화가 잘 나타난다. 그래서 영화가 주는 여운도 길다.
인상깊은 장면은 남자에게 희망이 되어 주던 소중한 책이 그녀를 죽음으로 만드는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관객이 찬성할수도 반대할수도 없는 그 미묘한 심리의 변화가 무척 인상 깊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던져주는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남여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 인상 깊은 영화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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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정리하다가 머리도 식힐겸 들어왔다가 이 글을 보니 반갑네요.ㅎㅎ
저도 가장 인상적이고 마음이 아팠던 장면이 그 동안 그들의 관계에서 가장 소중한 매개체였던 책을 딛고 이 세상을 떠나는 모습이었어요.
이젠 아무 의미도 없어진 책이 그녀가 마지막 가는 길에 그런 용도로 쓰인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프네요.
저도 그장면이 참 기억에 남죠. 여자의 손길을 감싸주지 못하는 남자의 모습도 참 기억에 남고요.오랜만에 좋은 영화 봤네요.^^
비밀댓글입니다
ㅎㅎㅎ 저도 그런 꿈을 꾼답니다.^^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끝을 알고나니 뭔지모를 두려움이.....
나이가 드는데도 파장이 큰 영화를 보고 나면 헤어나오는 일이 점점 어려워져서요....ㅡㅡ;;
아, 이 영화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추천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스토리보다도 배우들의 표정연기와 영화가 주는 여백이 무척 인상깊은 영화에요.^^ 고기맛을 알아도 고기가 맛있듯이 좋은 영화는 몇번봐도 좋은것 같아요. 강추 합니다.^^
트랙백 타고 왔어여~
얼마전에 책도 다 읽었습니다 리뷰 올려야 하는데.
다른 블로거들이 글들을 워낙 잘쓰셔서 전 속으로 읍조리고 있습니다. ㅋㅋ
G-G 님도 마찬가지고요.^^
영화에서 나왔던가요?
마이클 졸업사진을 한나가 교도소 벽에다 붙여 놓은거여.
교도소에 들어오기전까지 한나의 눈은 마이클을 계속 쫓았던 겁니다.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영화도 잘 만들었지만 역시 책이 최고!!
아~ 앤셜리7님 책도 보셨군요. 저는 책은 못보고 영화만 봤어요. 이 영화도 오래 기억에 남을듯 해요.삭막해 보이는 비오는 베를린의 첫장면도요.^^ 그쵸. 저도 그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죽기전에 투박한 발의 모습도 기억에 오래남네요.^^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참 버리기 싫은 영화죠~
방문 감사합니다.^^ 오래 남을 영화인것 같습니다. 아직도 그들이 마주치던 시선이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