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카네이션.

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2009/04/23 22:57 Posted by G_Gatsby

가정의 달 5월이 성큼 다가옵니다.
거리의 상점들에서,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여러가지 선물들이 전시가 됩니다. 요즘처럼 힘겨운 시대에는 더욱더 가족과 부모님이 생각 나는것 같습니다.

아주 어릴적에 TV에서 보았던 장면입니다.
반공교육을 받고, 국방성금으로 50원씩 꼬박꼬박 내던 시절이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서 헤어졌던 가족들이 이제 나이가 들고 병든 몸으로 상봉을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기억조차 희미할만큼 어린시절이지만 어머니와 함께 TV를 보며 울었던 기억만큼은 생생합니다. 

찾고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 오열을 하던 장면을 보면서는 함께 울었던 기억도 납니다. 꼬마시절이었지만 나도 저렇게 원하지 않는 이별을 한다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울까를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두려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그러한 이별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가족에 대한 기억은 선명한것 같습니다
때로는 밉기도 하고 때로는 두렵기도 하지만, 언제나 나를 향해서 손을 벌리고 있는 변하지 않는 기억일 것입니다. 그리고 차츰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 소중함 보다는, 구속과 족쇄처럼 느낄때도 있었던것 같습니다. 

# 기억 하나.

어릴적 친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모든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할만큼 친한 친구였습니다. 친구의 동생도 알고 친구의 어머니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아버지는 좀처럼 알려주질 않았습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아버지의 얼굴에는 곰보자국이 가득했습니다.

지금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사춘기 시절에는 그것이 너무도 창피했었나 봅니다. 친구들과 공터에서 공을 차고 놀고 있을때, 저기 멀리서 작은체구의 아저씨는 자신의 아들이 있었지만 한번도 시선을 주지 않고 종종걸음으로 지나갔습니다. 친구의 얼굴이  빨갛게 상기가 되는것을 느꼈습니다.

작은 철물점에서 보일러를 놓고 열쇠를 수리하던 아저씨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 웃음이라고는 찾아볼수 없고 햇볕에 그을린 얼굴은 더 어두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던 졸업식장에서도 아저씨의 모습은 볼수 없었습니다.


# 기억 둘.

몇 해전  친구가 아들을 낳았습니다. 무심코 찾아갔던 그곳에서 처음으로 친구의 아버지와 인사를 나눌수 있었습니다. 구부정한 허리를 펴며 아들의 친구를 반겨주셨습니다. 그리고 투박한 손으로 악수까지 청했습니다. 어릴적 그렇게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친구도 함께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거실의 한켠벽에는 커다랗게 인화해놓은 가족사진이 걸려져 있었습니다. 졸업식 사진에서조차 볼수 없었던 아저씨가 멋진 웃음을 짓고 있었고 아저씨의 어깨위에는 친구의 두손이 놓여져있었습니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가족의 사진이었습니다.

철이 들면서 친구는 아버지의 소중함을 깨달았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린시절 자신이 감추었던 모습이 부끄러웠던 모양입니다. 자신의 어린시절에 아버지와 함께 찍었던 사진이 하나도 없음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너무도 부끄러웠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아버지와 등산을 하고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이렇게 철이 들게 마련인가 봅니다.


느낌 하나.

이별뒤에는 아쉬움만 남는것 같습니다.
어릴적 보던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장면속에는 진한 아쉬움과 미련, 그리고 그리움이 가득했던것 같습니다. 원하지 않는 이별을 했던 그들의 울음을 기억하면서 어쩌면 우리는 참 편한 이별을 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늘 마주보며 살아가면서도 우리의 마음속에는 이별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봅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사람들에 대해서 너무 무심하게 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봅니다.

가정의달이 다가옵니다. 

소중한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해봅니다. 어쩌면 겉치레와 같은 선물로 마음의 부담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과 함께 이야기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의 부모님이 바라는 것도 그러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큰 선물보다는 작은 관심, 그리고 행복한 웃음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어버이날,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 꽃을 달아 드리면서 행복하게 웃음짓고 손을 꼭 잡아주는 시간을 만들어야 겠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사는 이야기 > 12시 5분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버이날, 할아버지의 리어카를 보다.  (8) 2009/05/09
소박한 카네이션.  (16) 2009/04/23
여백의 노래  (10) 2009/04/21
슬픈 노래를 듣다.  (4) 2009/04/13

http://www.yetz.kr/trackback/392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09/04/24 0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www.yetz.kr BlogIcon G_Gatsby 2009/04/24 22: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가정의 달이 무조건 좋은것만은 아니겠죠. 힘내시고 따뜻한 미소를 짓는 한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 Favicon of http://earthw.tistory.com BlogIcon 지구벌레 2009/04/24 1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작은 표현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척에 있으면서도 부모님들 찾으시기 전에 잘 가지도 않으니..쩝.
    전화라도 자주 하라는 어머니 말씀을 들을때면 무심한 자신에게 화가 납니다.

    • Favicon of http://www.yetz.kr BlogIcon G_Gatsby 2009/04/24 2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죠 지구벌레님.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가장 진실되고 소중한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한가족이라면 말이죠. 사라지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만큼은 변하지 말아야 겠습니다. 먼저 전화하셔서 상냥하게 인사 해보세요.^^

  3. Favicon of http://june6811.tistory.com BlogIcon 앤셜리7 2009/04/24 13: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츠비님은 어릴적부터 생각이 많으셨나봅니다.
    전 밥주면 먹고 안주면 굶고 엄마가 때리면 맞고
    생각이 거의 없었는데요-

    친구분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
    늦게라도 아버지와 함께 산에도 다니고 사진도 찍고 참 다행입니다. +_+
    어릴적에 포샵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울엄마는 카네이션 다 필요없고 배춧잎으로 가득 채워 달라고 하십니다.

    • K. 2009/04/24 2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배춧잎'
      어버이날 받고 싶은 선물, 1위가 현금이라죠.^^

    • Favicon of http://www.yetz.kr BlogIcon G_Gatsby 2009/04/24 22:15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저도 단순해서요.어릴때나 지금이나 아무 생각없이 사는것은 변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요즘 어른들이 배춧잎을 좋아하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 김장철은 아니지만 유기농 배추 한포기를 보내드릴까 생각중입니다.^^

    • Favicon of http://june6811.tistory.com BlogIcon 앤셜리7 2009/04/25 0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유기농 배춧잎이면 수표한다발??ㅋㅋㅋ

  4. Favicon of http://mayday.pe.kr BlogIcon 밝은저녁 2009/04/24 17: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더듬이를 어디로 향하고 살아가는 지도 모를 만큼 정신없는 삶 속에서 카네이션 한 송이를 봤습니다.
    문득 스쳐가는 생각, '이제 곧 가정의 달 5월이구나'.
    부모님을 비롯해서 여러 지인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소주 한 잔하고 들어가야 할 듯한 금요일 저녁 비와 함께...

    • Favicon of http://www.yetz.kr BlogIcon G_Gatsby 2009/04/24 2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밝은 저녁님 말씀 처럼 여러 얼굴이 떠오르네요. 날씨도 차분하게 비가 내리네요. 한주를 마감하는 시간에 이렇게 비라도 오면 소주 생각도 나고, 어릴적 친구 생각도 나고, 비와 어울리는 노래 생각도 나네요.^^ 소주 일잔 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5. K. 2009/04/24 2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곁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것 같던 소중한 분들..
    언젠가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나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절감한곤 하죠.

    '있을 때 잘 해' 이 말이 정답이죠.ㅎㅎ

    • Favicon of http://www.yetz.kr BlogIcon G_Gatsby 2009/04/24 22:17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죠. 저도 요즘 느끼는것이 있을때 잘해야 한다는거죠. 누군가 그런말을 했죠. 이제 내가 살만해서 잘해드리려고 하니까 떠나고 없더라. 예전에 라디오에서 비슷한 사연이 나오는데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이제는 거칠어진 손이라도 꼭 잡아 드리고 싶네요.^^

  6. Favicon of http://befreepark.tistory.com BlogIcon 비프리박 2009/04/25 1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가족에 대한 기억은, 개츠비님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때로는 밉기도 하고! ...
    그리고 차츰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 소중함 보다는, 구속과 족쇄처럼 느낄 때도 있었던!!!

    가족은 언제나 참 숙제입니다. 그쵸?
    답도 없고 길도 없고 ... ㅠ.ㅠ

    p.s.
    날씨는 약간의 비가 날리는군요.
    좋아하시는 날씨려나? ^^
    편안한 주말 보내시기 바랄게요.

    • Favicon of http://www.yetz.kr BlogIcon G_Gatsby 2009/04/26 14: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비프리박님. 나른한 주말이네요.^^ 아마도 가족이란, 무수한 이해관계와는 많이 다르겠죠. 채워도 채워지지 않고, 버리려고 해도 버릴수 없는 것인데, 그것이 나를 만들게 한 것이라고 봅니다. 다가오는 5월에는 소중한 가족에게 진심어린 안부와 인사를 나눌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7. Favicon of http://hot2155.textcube.com BlogIcon 앤셜리 2009/05/08 13: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츠비님 부모님께 배춧잎 많이 많이 드리셨나요?
    전, 반포기도 안되게 드렸습니다. ㅋㅋㅋ
    대신 사랑한다고 막 말했습니다. +_+

    • Favicon of http://www.yetz.kr BlogIcon G_Gatsby 2009/05/09 1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유기농 배추를 보내드리려고 했는데, 배추값이 금값이라.ㅋㅋ 그냥 조그만 선물과 마음을 보내드렸죠. 어버이날이 되면 마음이 즐겁지만은 않은것 같아요. 해가 갈수록 늙어 가시는 모습이 보이니까요.^^ 사랑한다고 말씀드린것은 정말 잘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