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것이든, 절대적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신의 절대적인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고,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 또한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세상에는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우리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란 쉽게 다가서기 힘든 존재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멀어져 가는게 바로 아버지라는 이름이다. 그러다가 아버지라는 이름을 듣게 될 나이게 되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있을때는 모르지만 정작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현실이 되면 한없이 슬퍼지고 그리워지는 이름이 되기도 한다.

조두진의 소설 '아버지의 오토바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아버지의 인생.

소박한 삶속에 처자식의 웃음을 보는것이 소원이었던 아버지가 있다. 풍족하진 않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려는 그런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에겐 아이들이 갖고 싶은 것은 모두 사주고 싶은 소망이 있고, 그것을 받고 기뻐하는 아이의 웃음을 사랑하는 뿌듯함이 있다.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아버지의 모습일 것이다. 소설속에 나오는 아버지의 모습이 바로 그런 모습이다.

병든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그에게 치명적인 슬픔이 된다. 온전치 못한 첫아들, 잘 움직이지도 못하고 지능도 낮아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는 결심한다. 아이의 마지막 모습까지 지켜주겠노라고. 그것은 아버지의 사명이 되었고, 죽어가던 아내에게 했던 마지막 약속이 되었다.

치열한 삶을 살아야 했다.
수전노 소리를 들어야 했고,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지 못하면서 막노동을 해야 했다. 아버지에게 아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은 돈을 벌어서 아이를 먹여 살리는 것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가졌다. 의술이 좋아진다면 행여 아들이 온전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졌다. 아버지가 사는 삶 속에는 정작 자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공부 잘하는 둘째 아이가 보내오는 편지는 그에게 또 다른 희망이 되었다. 아이가 보내온 사진은 노동의 피곤함을 쉽게 가시게 해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진 못하지만 커가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행복을 느꼈다. 그것은 피곤한 자신의 삶에 대한 댓가였고, 삶의 행복이 되었다.

아들의 인생.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서도 아들은 무덤덤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전해들으면서 눈물조차 나질 않았다. 그에게 아버지라는 이름은 자신의 삶속에 이름만 남아 있는 껍데기였다.

자라면서 얼굴 한번 보기 힘들었던 아버지의 모습은 사진속에서 조차 남아 있질 않았다. 성장해서 가정을 꾸려가면서도 아버지의 이름은 기억에 없었다. 그저 형식적인 인사만 있을뿐, 자신에겐 자신만의 인생이 있을뿐이었다. 아들은 이제 아버지로 불릴 나이가 되었다. 그에겐 아이가 생겼고, 아이를 남 부럽지 않게 키울 자신이 있었다.

세상은 냉혹했지만, 아직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그것이 그의 삶의 모든것을 지배했다. 병약한 형의 모습을 못본지는 오래되었다. 병약한 형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아들은 자신이 무심하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게 아버지란 바쁘게 살아가면서 자식들에게 얼굴조차 보여주지 못한 못난 아버지일뿐이다. 운동회에서 오지 않던 아버지를 기다리며 울먹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의 인생.

소설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여 둘째 아들이 장례식을 치르며 자신이 알지 못한 또 다른 아버지의 모습을 찾게 되는 내용이다. 아무런 감정도 가지지 못한 아버지의 죽음속에, 자신이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또다른 삶의 모습을 알게 되고, 아버지의 절대적인 사랑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다.

평생 수전노 같이 살면서도, 처자식을 먹여살리는 것이 삶의 목표였던 아버지의 삶을 통해서 절대적인 사랑의 가치를 생각하게끔 하는 내용이다. 자신의 삶 보다는,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 희생해야 했던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아들의 시선을 통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다시한번 생각하게끔 하는내용이다.

일흔을 넘긴 아버지가 병들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아들이 좋아하던 컵라면을 사기 위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고로 죽게 되는 장면. 그리고 온몸에 피를 쏟으면서도 자신의 아들을 위해서 살려고 몸부림치던 장면들은 보는 사람을 숙연하게 만든다. 그리고 수년간 잊고 지내던 형을 만나는 동생의 모습을 통해서 절대적인 사랑과 세속적인 고민들을 함께 느끼게 만든다.

조두진의 소설 '아버지의 오토바이'는 가족적 사랑을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그리지는 않았다. 소설속 문체는 너무도 간결하고 명료해서 몰입도가 좋다. 때론 너무도 냉정할만큼 간결한 문장을 통해서 우리시대의 비정한 삶의 모습도 볼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결코 아버지의 절대적인 사랑을 이해하는것은 쉽지 않았다. 책의 마지막에 아들이 느꼈음직한 복잡한 감정을 함께 느낄수 있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삶의 모습과 가족의 모습도 바뀌어 간다. 아버지의 시대와 아들의 시대는 모든것이 다 같을순 없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것은 사랑에 대한 본질과 가장으로써의 책임감 이라는 것이다. 세상은 변해도 절대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시대의 아버지를 이해하기 어렵다면, 이 소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http://www.yetz.kr/trackback/425 관련글 쓰기

  1. ■ 존경스러운 우리들의 아버지상, '아버지의 오토바이' - 조두진, 예담

    2009/07/29 13:17 Tracked from 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삭제

    '아버지'라는 이름을 듣기만 해도 '미소'가 번지는 추억들이 하나씩은 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들 셋에 딸이 하나인 외동딸에 고명딸, 그것도 장손이시진 아버지의 늦은 결혼으로 얻은 첫 손이었기 때문에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딸이 하나여서였는지, 집안의 첫 손이어서였는지, 딸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은 각별했던 모양입니다. 동생들도 대학을 모두 마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즈음, 이따금씩 집에서 통닭에 맥주..

  2. ▩ 아버지의 오토바이(조두진) - 아버지를 화두로 던지는 장편소설 ▩

    2009/08/07 08:54 Tracked from 공유와 소통의 산들바람  삭제

    장편소설이라고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이었지만, 사실 분량도 썩 많지 않아 맘 먹고 읽으면 후딱 읽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후딱 읽은 책입니다. 어지간히 느리게 읽는 제가 이틀만에 읽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울림(?)이 적지 않은 책입니다. 조두진, 아버지의 오토바이, 위즈덤하우스(예담), 2009. * 총 268쪽.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론 조두진이 나이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정도의(?) 소설을 썼다면 나이가 좀 되지 않을까..

  3. 이웃을 통해 접한 소중한 이야기 - 아버지의 오토바이 (조두진 장편소설)

    2009/08/11 11:56 Tracked from 세상을 지배하다  삭제

     며칠전 택배를 하나 받았습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블로그를 통해 좋은 나눔과 좋은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계신 G_Gatsby님으로부터 온 작은 상자였지요. 게츠비님은 꾸준히 책나눔을 하시는데, 얼마 전에 꼭 한번 읽어 보고 싶은 책이 하나 떴길래 냉큼 신청을 했습니다. '아버지의 오토바이'라는 책인데요. 운이 좋게도 제가 이번에 선정이 되어서 책을 받게 됐습니다. 이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번 게츠비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befreepark.tistory.com BlogIcon 비프리박 2009/07/21 0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리플 후감상할랍니다. ^^
    마침 제가 읽고 있는 책이 이 책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스포일러는 싫어하기에, 본문은 제가 책을 다 읽은 후에 감상하겠습니다.
    조만간 트랙bag 받을 준비 하시고요. ^^

  2. Favicon of http://supe1.tistory.com/ BlogIcon 깊은숲 2009/07/21 01: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영장을 가는 아이 준비물 빠진 것 없나 챙겨놓고
    사발면에 멸치 몇 마리, 먹다 남긴 소주 반 병 놓고 개츠비님네 놀러 가야지하고 들어왔다가
    은임누이, 광석이성님 목소리 듣고 울컥하고... 지금 Eva cassidy 노래는 흐르고...
    아버지란 이름에 다시 울컥하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담배 하나 피워 물고...
    첨부터 안 딴 것 마실걸 하면서 참이슬 꺼내러 갑니다.

    • Favicon of http://www.yetz.kr BlogIcon G_Gatsby 2009/07/21 21:43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발면에 멸치 몇마리..정말 즐겨먹던 메뉴였습니다.^^ 요즘은 거의 술을 먹지 않습니다.
      시대가 우울하다보니, 제블로그도 많이 우울해지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해야 하는것이겠지요.^^
      저도 멍하니 담배 하나 피워물어 봅니다.

  3. Favicon of http://earthw.tistory.com BlogIcon 지구벌레 2009/07/23 11: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린 시절 아버지를 많이 미워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어머니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나이를 먹는 걸까요..
    그 시절엔 알지 못하던 당신의 아픔과 힘겨움이 느껴지네요.
    읽어보고 싶은 책에..추가..^^..

    • Favicon of http://www.yetz.kr BlogIcon G_Gatsby 2009/07/23 21: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피가 끓던 시절에는 갈수록 초라해지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누구나 같고 있는것 같네요. 우리시대의 냉정과 아픔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볼만한 책인것 같습니다.^^

  4. Favicon of http://chohamuseum.net BlogIcon 초하(初夏) 2009/07/29 13: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G_Gatsby 님도 말씀하신 것처럼,
    지은이 조두진은 어떤 충격적인 사건이나 무엇을 통하여 아버지의 사랑을 말하고자 함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단지 알 듯, 모를 듯, 든든한 산과 같았던 아버지 생존의 모습을 되새기길 바랐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사랑과는 또다른 아버지의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던 지은이의 구성이 돋보입니다.
    저도 잔잔한 감동으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Favicon of http://www.yetz.kr BlogIcon G_Gatsby 2009/07/29 2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초하님. 저도 잔잔하게 잘 읽었던것 같습니다. 아버지 라는 이름에 대해서 좀 더 다른시선으로 볼수도 있었던것 같습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5. Favicon of http://befreepark.tistory.com BlogIcon 비프리박 2009/08/07 09: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속의 아들 엄종세 역시 아버지이죠.
    아들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지요.

    저는 갑자가 엄종세가 회사에서 떨려나는 그 과정에서 그리고 그 후에
    엄종세가 느낀 분노(?)와 회한이 기억나는군요.
    돌아가는 것이, 참 씁쓸합니다. -.-a

    약속드린(?) 후감상 그리고 트랙백 놓고 갑니다. ^^

    • Favicon of http://www.yetz.kr BlogIcon G_Gatsby 2009/08/11 2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쉽게 넘겨지는 책이죠.^^ 저도 아직 이해할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무책임한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지나친 책임감 인것 같기도 하구요>^^

  6. Favicon of http://reignman.tistory.com BlogIcon Reignman 2009/08/11 1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던 책이었는데 제가 좀 늦었네요. ^^;

    글 잘읽었습니다.
    저도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아버지의 맹목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을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아버지가 되서도 아버지를 이해하기 쉽지 않을텐데, 결혼도 안한 저는 아직 먼 것 같아요. ㅎㅎ

    허접한 서평이지만 열심히, 그리고 즐거운 기분으로 썼습니다. ㅎㅎ
    덕분에 좋은 책 읽고 아버지에 관한 생각과 아버지와의 대화가 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Favicon of http://www.yetz.kr BlogIcon G_Gatsby 2009/08/11 2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 읽으셨군요. 나름대로 읽어볼만한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가가 글을 참 잘 쓰더군요. 트랙백 감사합니다.^^

  7. Favicon of http://www.shoptraveljackets.com/ BlogIcon moncler vest 2010/07/02 12: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좋은, 언제나 당신을 지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