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산악등반 도중에 목숨을 잃은 여성 등반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상에 오르는것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녀의 못다 이룬 꿈과 열정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산악등반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지만, 정상을 향한 인간의 꿈은 늘 경외롭기만 하다. 안타까운 죽음을 보면서 문득 떠올랐던 영화가 바로 내사랑 아이거(North Face)다.

내 사랑 아이거
감독 필립 슈톨츨 (2008 /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
출연 벤노 퓨어만, 플로리안 루카스, 요한나 보칼렉,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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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아이거는 히틀러 시대를 살아가던 독일의 젊은 등반가 2명에 대한 이야기다. 당시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아이거 등반을 하게 되는데, 영화속에서 펼쳐지는 화면들이 너무도 리얼하게 펼쳐진다. 눈덮인 알프스의 산자락에서 생존을 위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열정과 위대함을 볼 수 있다.


사랑 하나, 우정 둘.

두 젊은이가 환하고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며 중년의 여자는 기억을 더듬어 간다. 애국심이 강요되던 나치 시대를 살아가던 두 젊은이가 아무도 오르지 못했던 아이거를 오르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던지던 때를 기억한다. 그들은 산을 사랑했고, 산을 오르길 좋아했으며, 무엇보다도 산을 두려워 했다. 그리고 아이거 정상을 오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자는 다시 기억을 더듬어 간다. 두 젊은이가 아이거 정상을 오르기를 결심한 것은 바로 자신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들에게 아이거 정상은 산악인으로서 극복해야 할 난관이었고, 사랑을 위한 약속이었으며, 우정을 위한 맹세이기도 했다. 그리고 삶을 위한 또다른 도전이기도 했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의 목표를 위해 아이거 정상을 향해 떠났다. 이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아이거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서 떠났다. 아이거 정상에서 그들은 사랑과 우정을 영원히 심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도전이 되었다.

내 사랑, 아이거

영화는 눈보라 속에서도 정상을 향해 가는 산악인의 치열한 모습을 담아 낸다. 뜻하지 않은 동반객들 덕분에 그들은 더욱더 힘든 상황을 맞게 된다. 맑던 날씨가 갑자기 바뀌고 눈보라가 치고 돌이 떨어져 내린다. 그들은 죽음의 문턱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한발씩 한발씩 정상을 향해서 나아간다.


산 아래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이 있다.
애국심을 강요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죽거나 정복하거나 둘중 하나에 관심이 있다.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삶이든 죽음이든,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다. 두 젊은이를 바라보는 애처로운 눈빛도 있다. 두 젊은이를 사랑하는 여인은 아이거 정복과 무사귀환을 위해서 기도한다. 결코 고백하지 않았던 사랑의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그녀는 투박한 젊은이가 건네던 사랑의 눈빛을 기억한다.


갑자기 몰아닥친 폭풍은 정상을 향한 진격도, 산아래를 향한 후퇴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추위와 공포에 사로잡히고 부상당한 동료의 눈물을 맞이 하게 된다. 스스로 삶을 택할 기회를 허락하지 않고, 스스로 죽음을 택할 용기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죽어가는 동료를 위해서 하산을 결정하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앞을 보기도 힘든 눈보라는 그들을 죽음앞에 서게 한다.

친구를 살리기 위해 한 친구는 자신의 몸에 걸린 생명줄을 스스로 끊어 버린다. 함께 산을 오르던 오랜 친구는 아이거 산의 아래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친구를 잃은 슬픔과 죽음의 공포는 살아남은 자를 괴롭힌다. 그가 죽음을 기다리던 어느 추운 계곡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여인은 그의 이름을 부르며 살아돌아오라고 절규한다. 한뼘의 공간에서 그는 죽음의 공포로 부터 이겨내며 밤을 지새운다. 그는 살아 내려가야 한다. 사랑을 위해서, 그리고 다시 오를 아이거산을 위해서.



그가 구출되기까지는 불과 몇미터가 필요했다. 추위에 온몸이 마비가 되고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는 기적같이 살아서 조금씩 내려왔다. 그를 기다리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고 온몸을 녹여줄 구조대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된다..조금만..

결국 그는 허공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온몸이 얼어붙은채 죽어갔다. 그가 살아야 했던 이유중의 하나인 여인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그는 끝내 이겨내질 못했다.
아이거 산의 비극은 두 젊은이의 목숨을 빼앗아 갔고, 한 여인의 사랑과 우정을 빼앗아가 버렸다. 결코 사람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았던 아이거 산은 이듬해에 어느 산악인에 의해서 정복되었다.

조금은 뻔한 이야기갔지만, 영화의 모든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산과 싸워야 했던 두 젊은이의 치열한 생존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죽음을 앞둔 두 젊은이의 절규하는 목소리는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귓가에 맴돈다. 그리고 영원히 묻혀버려야 했던 젊은이의 열정과 사랑도 잊혀지질 않는다.

자연과 싸우는 인간의 모습은 늘 치열하다. 사랑을 위한 젊은이의 수줍은 미소는 언제나 순박하다. 그리고 죽음과 치열하게 맞서는 인간의 모습은 늘 눈물겹다. 내사랑 아이거는 이러한 여러가지 감정들을 동시에 마주할수 있다. 정상을 향한 우리들의 모습도 이러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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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efreepark.tistory.com BlogIcon 비프리박 2009/08/10 0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연과 마주하는 것이 때로는 참으로 처절합니다.
    언젠가 읽은 글에서는
    자연이 쉽사리 자신의 내부로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 것도 같구요.
    자신의 내부로 누군가 들어오는 것에 가끔 우리의 목숨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살짝 빗겨나가는 생각이지만
    자연은 자신의 파괴에도 큰 댓가를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예상치 못한 자연의 재앙도 어찌 보면 인간들이 자연을 망가뜨려가는 것에 대한
    비용 요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이 경우 망가뜨리는 것은 쥐의 세력 같은 것들이고
    목숨을 희생당하는 것은 죄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지요.

    흠흠.
    한번 챙겨보고 싶은 영화네요.

    • Favicon of http://www.yetz.kr BlogIcon G_Gatsby 2009/08/10 22:55  댓글주소  수정/삭제

      얼마전 세상을 떠난 고인의 글씨를 보면서 이루지못한 인간의 꿈을 볼수 있었습니다. 말씀하신것처럼 자연의 모습은 오만한 우리들에게 깨달음을 주는것 같습니다.

      이영화는 무모한 인간의 도전에 대한 영화는 아닌것 같습니다. 가고 싶지 않지만 가야 했던 무언가의 이유가 있는것 같아요. 나중에 시간이 되시면 꼭 한번 보세요.^^

  2. Favicon of http://sephia.tistory.com BlogIcon sephia 2009/08/10 12: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갑자기 이번에 고인이 되신 분이 생각나는 것과.......

    한편으로는 자연을 망가뜨리려 하는 일부 집단이 생각나는 것은...... 후..... -_-;;;

    • Favicon of http://www.yetz.kr BlogIcon G_Gatsby 2009/08/10 22:56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연을 망가뜨리는 일부 집단이라 하심은..소녀시대의 유명한 노래..쥐~쥐~쥐~쥐~ 베이베.를 말씀하시는건가요?ㅎㅎ

      좋은 영화인것 같습니다. 시간되시면 꼭 한번 보세요.^^

  3. Favicon of http://earthw.tistory.com BlogIcon 지구벌레 2009/08/10 16: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악인들의 사고 소식을 접할때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던데요.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한 열정과 감동이 있는 거겠죠.
    저에게 그런 마음을 갖게할 무언가가 있었으면 할 때가 많네요.^^.
    있었던거 같은데...

    • Favicon of http://www.yetz.kr BlogIcon G_Gatsby 2009/08/10 22: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단순한 재난영화는 아닌것 같습니다.^^ 무언가 삶에 지칠때 보시면 도움이 될듯 하네요. 무모한것 같지만 도전이라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이겠죠.^^ 한주가 시작되었네요. 이번주도 우리 화이팅 해요.^^

  4. Favicon of http://supe1.tistory.com BlogIcon 깊은숲 2009/08/10 23: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구상 그 어떤 생명체도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론 생각지 않죠. 산악인 고미영씨 사후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참 씁쓸했어요. 보고 싶은 영화를 이렇게 또 하나 챙겨주시네요.

    • Favicon of http://www.yetz.kr BlogIcon G_Gatsby 2009/08/11 2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마도 깊은숲님이 영화를 보신다면 저하고 비슷한 생각을 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가까운 DVD샵에 가시면 보실수 있습니다.^^

  5. ABALONE 2009/08/10 2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픈데, 영화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학때 공룡능선에서 저렇게 자일에 매달려 있었던 기억도 나는군요.

    숨이 끊어질 듯, 힘든 산행을 통해서 무엇을 얻는지 조차도 모른 채...
    그저....그냥 좋아서 다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네요. ㅎㅎ

    지금은 운동겸 비상계단을 이용하곤 하는데, 이것조차 힘이 드니.....ㅎㅎ

    • Favicon of http://www.yetz.kr BlogIcon G_Gatsby 2009/08/11 2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닉네임이 갈수록 오묘하군요.ㅎㅎ 자연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닌 영화인것 같아요. 아픔도 있고 이루지 못한 꿈도있겠죠. 저는 운동겸 비상계단을 오를 꿈조차 꾸지 못한답니다.ㅎㅎ

  6. Favicon of http://www.tradesparq.com BlogIcon global sourcing 2011/09/10 1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시 눈을 뜨면 그곳이 곧 극락이리라. 이 남자의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한강으로 뛰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