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4 22:02
요즘 호떡 먹는 사람이 별로 없는것 같습니다.
동네 어귀에 있는 먹거리 리어카에는 호도과자와 붕어빵이 대세인것 같습니다. 단맛을 멀리 하는 시대라서 그런지, 아니면 먹기에 조금은 성가시기 때문인지 호떡을 파는 곳도 사먹는 사람의 모습도 보기 어렵습니다.
우연히 보게된 호떡가게 앞에 한 아이가 서있었습니다.
아마도 주문을 해놓고 기다리는 모양입니다. 옆에서 보니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입니다. 떨어지는 기억력을 더듬어 보니 같은층에 사는 남자아이입니다. 이제 초등학교를 들어갔을려나 모르겠습니다. 아이는 내가 쳐다보는지도 모른채 바삐 손을 움직이는 아주머니의 손에 시선을 모읍니다.
# 하나.
며칠전에 한바탕 소동이 있었습니다.
점차 무거워지는 몸을 견디다 못해 가벼운 산보라도 할 요량으로 나가려는 참이었습니다. 복도에는 할아버지가 아저씨를 세워놓고 심하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습니다. 들으려고 한것은 아니지만 할아버지의 소리가 워낙 크게 들려서 어쩔수 없이 듣게 되었습니다.
월세가 밀린 세입자가 월세를 받지 못한 할아버지에게 꾸중을 듣는 장면이었습니다. 바람이 아직도 차가운데,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아저씨의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할아버지의 욕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듣는 제가 무안할 정도의 말이었습니다.
아저씨의 등뒤로 조그마한 아이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았는지 아이의 눈빛도 긴장한것 같았습니다. 그저 묵묵히 할아버지의 욕설을 듣고 있는 아빠의 뒷짐진 손을 살며시 잡습니다. 할아버지의 욕설에 놀란건지, 힘들어 하는 아빠에게 힘을 주려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순간 할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들었습니다. 다음주 화요일 이사를 오기로 했으니 월요일날 짐을 빼라는 말이었습니다. 침묵하던 아저씨가 말을 던졌습니다. 2월까지만 기다려주세요. 겨울이니까 2월까지만..
월세가 밀려서 다투는 장면은 처음 보았습니다.
월세를 받아서 살아가는 할아버지와 월세가 밀려 사정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도 옳지 못한것 같습니다. 그저 살기 힘든 세상이 원망스러울 따름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알길이 없지만 월세가 많이 밀린 모양입니다. 같은 층에 사는 것도 알지 못했지만 양말도 신지 않은 아저씨의 초췌한 모습이 잔상처럼 남습니다.
# 둘.
어릴적 개척교회 목사님의 인자한 모습이 기억에 납니다.
추운 겨울이 되면 빈곤한 예배당 사무실에서 코흘리던 아이를 모아놓고 호떡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시장에서 팔던 호떡과는 비교가 될수 없을만큼 큼지막하고 두툼한 호떡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기 전에, 목사님의 사랑을 먼저 느낄수 있었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뜨거운 불판에 밀가루 반죽을 넣고 아이들의 눈을 하나하나 쳐다 봅니다. 그리고 호떡이 익을때 까지 바삐 손을 움직이며 우리에게 '사랑'의 의미를 이야기해주곤 했습니다.
하나님은 약하고 어린 양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단다. 너희도 크면 약하고 힘없는 사람을 위해서 살아야 한단다. 우리 모두는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났고, 사랑을 주기 위해서 살아간단다. 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에서 가장 달고 맛있는 호떡을 먹곤 했습니다. 교회를 다니진 않지만 그때 목사님이 주시던 사랑의 의미를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함께 나눈다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의 머리를 맞대고 코흘리며 먹던 그 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아 있습니다. 손에 묻은 설탕물을 입으로 빨아가며 맛있게 먹는 친구들의 모습을 쳐다보곤 했습니다. 그리곤 밖으로 나가 서로의 살을 맞대고 부대끼며 날이 저물도록 뛰어놀았습니다.
호떡 두개를 받아든 아이는 종종걸음으로 내 옆을 지나갑니다. 아이가 손에쥔 검은 비닐종이 위에 따스한 김이 새어나옵니다. 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집으로 달려갑니다. 하나는 아이의 아버지가 먹고, 남은 하나는 아이가 먹을 테지요. 힘들지만 서로의 모습이 어떤 말보다도 큰 위로가 될것 같습니다.
어쩌면 며칠뒤부턴 아이의 모습을 볼수 없을테지요. 뛰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마지막 풍경이 될것 같습니다. 서로 알지는 못하지만 아이와 아이의 아빠가 함께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웃고 함께 이겨내다 보면 어느새 봄이 찾아올겁니다. 어둑해진 아파트의 입구로 뛰어가는 아이의 풍경위로 마침내 해가 떨어집니다. 맨발로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이 잔상처럼 남아 사라지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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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이군요. 잘 다니던 회사의 부도로 동료 직원과 동업을 시작했지요. 부천에 정말 작은 사무실을 하나 얻었어요. 초라한 시작이었습니다. 그 해 겨울 참 추웠어요. 손이 굽어 타이핑이 힘겨울 정도였으니 말이 사무실이지 대로변에 책상 놓고 일하는 것 같더군요. 어느 날 사무실 반대편에 호떡을 구워 파는 자그마한 포장마차가 하나 생기더군요. 7개에 천원에 이에요. 싼 거지요. 왜 그리 파시냐고 했더니 굽는 기술이 서툴러 모양도 맛도 제 각각이라 그리하신다 하더군요. 해가 기울고 출출할 때면 가끔 사다 먹었어요. 어느 날인가 저녁 호떡을 사러 갔더니만 끼니 대신 호떡을 드시더군요. 점심도, 저녁도 늘 그렇게 드셔왔던 것이더군요. 대체 몇 개를 팔아야 하루 일당 정도의 몇 만원을 손에 쥐실까 생각했어요. 호떡 먹다가 목이 메이더군요. 꺼이꺼이. 열심히 살.아.야.겠.다. 지금은 이 모양 이 꼴입니다. 어렵고 힘든 분들 이 겨울을 잘 이겨내셔야 할 텐데요. 그쵸? 주말 빨래는 잘 하셨는지요?
조금만 참으면 되겠지, 조금만 참으면 되겠지, 조금만 참으면 되겠지.. 이렇게 참다 보니 주름살이 하나둘씩 늘더라.. 예전에 할아버지에게 이런말을 들은적이 있습니다. 겨울은 잔인한 계절인게지요. 더운것은 짜증나지만 추운것은 서럽고 눈물이 나니까요. 부천에도 인연이 있으셨군요. 저도 지금 그 근처에 있습니다. 엎어지면 머리카락 닿을 거리지요. 주말에 세탁기에에 넣어놓고 한참을 잊어 버리고 있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널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동면에 들어간 뇌세포가 기억력 감소에 한몫을 하는군요.^^
그 월세가 밀린 아저씨는 이제 어디로 가나.
거기에 생각이 꽂힙니다.
월세가 밀렸단 이야기는 결국 옮길 곳도 없다는 이야긴데,
결국 우리가 말하는 '길에 나 앉는다'는 게 되는 걸까요.
그 아빠의 손을 잡은 아이는 나중에 이 일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그 할아버지는 꾸중이나 나무람을 할 필요와 권리가 있을까요.
그런식이라면 그냥 통보만 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돈 있고, 집 있고, 세 받고, ... 하는 것이 위세는 아닐텐데 말입니다.
없는 자의 형편을 고려하거나 보살필 여유나 생각이 없다면
그냥 차가운 통보면 된다고 봅니다. 꾸지람이라니. -.-;
자세한 내용은 잘 모릅니다만,뭔가 사연이 있겠지요. 한가지 느낀것은 강자에게는 철저히 죄인이 되는것 같습니다. 아이의 기억속에는 따뜻한 호떡을 아버지와 맛나게 먹는 장면만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겨울인게지요. 춥고 힘든 계절입니다. 아마도 마음을 후벼파는 독설을 참고 견딘것도 마음 한구석에 비빌곳이 있지 않을까 하는 애틋한 바램인지도 모르지요.
차갑지만 또 한주가 시작되었네요. 활기찬 하루를 시작해야 겠습니다.^^
참 가슴뭉클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살다보면 월세가 밀릴 수도 있죠.
하지만 할아버지의 그렇게 심한 욕설까지 퍼부은 것을 보면 최소 6개월정도는 밀렸나 봅니다.
1년도 넘게 밀렸을 지도... 만약 그렇다면 집주인의 심정도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아이와 아버지가 호떡처럼 따뜻하고 달콤한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호떡이 생각나네요.
진짜인지 의심되지만 젊었을 때 호떡장사를 한적이 있다고 하시면서 만들어 주셨어요.
그 맛은 제가 먹어본 호떡 중 최악이었거든요. 마치 지우개를 씹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갑자기 먹고 싶어집니다. 조만간 한번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드려봐야겠어요.
저런.. 아버님이 만들어 주신 호떡반죽이 잘못되었나 봅니다. 반죽이 잘못되면 떡처럼 구워지죠..반죽을 잘해줘야 하는데 말이죠.;;
엄동설한이고 음력으로 설날이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마음이 참 아프네요. 뭐 별일있겠습니까만, 누굴 탓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댓글에 보니까 부탁할게 있다고 하셨는데, 혹시 호떡을 바라시는건 아니신게지요? ^^ 전 단순간단한일에 쉽게 지쳐버리는 성격이라서 반죽을 잘 할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얼마전에 릴레이 포스팅을 하나 했는데요.
다음 바톤을 개츠비님께 넘겨드릴까 했는데 그냥 제 선에서 끝냈습니다.
그 부탁이었어요. ㅎㅎ
http://reignman.tistory.com/374
호떡은 아버지께 부탁드릴게요.
개츠비님의 반죽 솜씨도 믿을 수가 없어서요...
아 그랬군요. 포스팅을 늦게 봤습니다.^^
릴레이 포스팅이야 언제나 고맙게 받겠습니다. 호떡은 아버님이 좀 더 나으실듯 합니다. 수전증이라 반죽도 잘 하기 힘들듯요.^^
오늘이군요. 할아버지의 인자함일지, 아저씨의 포기일지 모르지만.. 안타깝습니다.
복도가 조용한걸 보니 별일 없었던것 같습니다. 이사간 흔적이 없는데요. 다행인지 어쩐지는 모르겠네요. 사는게 참 힘들죠.^^
다행이죠! 그 아저씨 당장 갈데가 없으실텐데....
더구나 어린 아이도 있고..
할아버지도 월세 밀리는 게 쌓이고 쌓여서 너무 흥분한 나머지 저러셨겠죠?
옆에 아이도 있는데 그 부모에게 욕을 했다는 게 너무 한 것 같기도 하고,
오죽했으면 그랬을려나 싶기도 하고..
별일없는것 같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이사를 간 흔적은 없네요^^ 살다보면 힘들때도 있죠. 할아버지가 야박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월세로 먹고 사는 노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러고보니 호떡 사먹어본지도 오래됐네요.
급히 먹다가 뜨거운 설탕물에 혀를 데고는 했는데 말이죠.
겨울이라도 넘기고 나서 뭔가 어떻게 해도 해야할텐데요.
아직은 너무 춥습니다. 아무리 아파트를 지어대도
맘 놓고 살 집은 없는 사람이 아직 너무 많네요.
마음속에는 벌써 봄이 오고 있는데, 아직 날씨는 춥습니다. 저도 호떡 먹은지 참 오래되었네요. 지금 벼르고 있는데 언젠가 필이 확 오면 맘 놓고 먹어봐야 겠습니다. 근데 호떡도 혼자 먹으면 맛없어요. 같이 실실 웃으면서 먹어야 맛나죠.^^
가슴이 아프네요. 아직 조금의 인정이라도 남아 있는 세상이길 바라는 마음...
어쩜 모두에게 있을텐데...
어쩌면 저도 같은 상황이라 해도... 그랬을까요?
그냥 첫 사연에 아이 아빠는 정말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을지...
마음이 아려 옵니다.
아빠의 손을 잡아주는 아이의 모습에 용기를 가져봅니다. 가족만큼 소중한것은 없겠죠. 잠시 힘든 것이라고 생각해야할것 같습니다.^^
맛있을 것 같은 호떡집이 있는데, 아직 사먹지 못했습니다.
종로 영풍문고 건너서 있는 우리은행 앞에 호떡집..집은 아니고 리어카인데요, 호떡이 어찌나 두툼한게 먹음직스러운지. 혼자서 길에서 호떡을 들고 있는 제 모습이 처량해 보일 것 같아 아직 사먹지 못하고 있는데요, 나중에 같이 먹을 사람이 생기면 꼭 먹고 싶은 호떡입니다. 그 호떡 리어카 아줌마가 그때까지 장사가 잘 되길 바랍니다.
근데... 아직도 월세를 독촉하고, 눈치보고 하는 상황이 현실이라니... 옛날 드라마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됐을 줄 알았는데... 대통령이 서민 챙겨주겠다고 하고, 경제 살리겠다고 하니, 곧 나아지겠죠. 대통령이 약속했자나요.
저도 혼자먹기 좀 그래서 못사먹고 있습니다.^^ 월세가 밀리거나 공과금이 밀리는 것은 자주 볼수 있는것 같습니다. 우편함에 보면 몇달치 세금을 못내서 날아오는 독촉장이 참 많던걸요.. 이웃들의 삶이 넉넉치 않아 보이네요.^^ 쥐의 이야기는 늘 반대죠..반대..서민경제라는 것은 곧 강남경제를 말하는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