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건가, 점심시간이 다가올 무렵 나는 참을 수 없이 밀려오는 졸음을 느낀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들다고 난리인데 나만 이 신체적 부조화 속에 헤매이고 있는 것을 생각 하니 순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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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은 오전의 긴장을 풀어 주는 휴식 시간이자,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 하는 직장인 에게는 오랜 공복 시간을 마감 하는 즐거운 시간이다. 말할 시간도 주지 않고 허겁지겁 밥을 먹고 나서 느끼는 이 행복감. 이 맛에 직장생활 한다는 내 농담에, 점심 먹으로 회사 다니냐는 핀잔이 돌아온다.

이어지는 티타임 시간, 세상 살기 팍팍한 우리들의 한숨 섞인 삶의 애환들이 하나씩 쏟아 진다. 요즘 주요 관심사는 역시 쇠고기 수입과 MB식 경제살리기 정책에 대한 이야기다.

" 시대 유감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 "

친순이 넘은 부친이 아직도 소를 키운다는, 충청도가 고향인 고참 하나가 먼저 운을 띄운다. 그가 대학공부를 하고 취업 준비를 할때 집안의 기둥 살림이 되어준 황소 이야기가 아른아른 추억을 만들어 간다. 이제 소를 키우지 않아도 되건만, 황혼길에 접어드신 아버지 에겐 반려 동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고기라면 자다가도 일어난다는고기 애호가인 입사동기는 쇠고기가 수입 되면 절대 먹지 않겠다며 흥분하기 시작한다. 이 친구는 라면 먹을때에도 쇠고기 육수를 쓴다고 말하는 흔치 않은 부르조아 식성을 가진 친구다. 쇠고기 시장의 전면개방은  식량 주권을 이해하지 못한 시대 착오적 발상 이라고 말하며 우리를 선동 하기 시작한다.

얼마전 식인 풍습을 가진 원주민의 다큐멘타리를 봤다고 말하는 노총각 후배 의 말에 위장속에 고이 재워지고 있던 밥알 들이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2년째 맞선만 보고 있는 이 후배의 말에 따르면 식인풍습을 가진 원주민들에게 알츠하이머 병과 같은 중추신경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 하는 풍습병이 오래전 부터 있었고 이것은 해결책을 찾기 힘든 광우병과 똑같은 증세라고 말한다. 머리가 희끗한 고참이 저녁시간에 다큐멘터리 시청 보다는 건강하고 행복한 연애 사업에 충실하라고 퉁을 놓는다.

이런 우리의 비판적 시선에 참다 못한 고참은 늘 그랬듯이 일장 훈계를 우리들에게 늘어 놓는다. 몇년째 비슷한 말을 듣고 있지만 그 고참에게 보수는 경제전문가, 진보는 빨갱이 공산주의자일 뿐이다. 미국 과의 유대강화가 글로벌 경제 성장의 핵심이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미국 방문에서 부시와 MB가 보여주었던 프렌들리한 장면은 매우 바람직하고 아름다웠노라고 열변을 토한다. 미국에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그는 무비자 발급의 성과에 대해서 행복해 한다. 우리는 밥을 먹은뒤 늘어 놓았던 잡담을 후회하기 시작한다.

이야기가 길어질 기미가 보이자, 너나 할것 없이 울리지도 않은 휴대폰을 받는 척 하며 자리를 뜬다. 이미 익숙해진 나도 동참한다. 식당 입구를 나가면서 우리가 잡담을 나누었던 자리를 쳐다 본다. 열변을 토하는 고참 옆에는 3월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적응되지 않는 분위기에 당황스러워 한다. 열혈 진보신당 당원이라는 그의 모습에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비장함과 애통함을 본다.

" 다시 시작되는 신 사대주의"

나는 우리 역사속에서 사대주의를 찬양했던 오랜 시간들을 생각해 본다. 힘없던 약소 민족에게 거대한 중국이 가지고 있던 힘의 위대함은 어쩔 수 없는 머리를 숙여야 하는 엄연한 현실이었다. 우리의 권력은 사대주의에 충실할때 비로소 안정되게 유지될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죽어간 수많은 민초들의 삶은 고달프기 그지 없었다.

최근에 들어와서야 우리는 중화사상에 대한 사대주의를 극복할 수 있었고, 이것은 우리가 그들보다 상대적인 풍요로움을 가짐으로써 해결 되었다. 오히려 수천년 이어온 아버지의 국가를 2등 국가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사대주의적인 생각들은 대상만 바뀌었을 뿐 권력의 중심으로 다가갈 수록 더 심화되고 있다. 전쟁의 우려가 있는 이 작은 분단국은 미국의 힘으로만 지켜질 수 있다는 논리로 변질 되었고, 같은 피를 가진 민족 보다도 언어와 문화가 다른 수만리 떨어져 있는 나라를 형제의 나라로 만들었다.

민족의 자주를 외치던 최근의 분위기와는 달리, 우리 대통령의 사대주의적 행보는 갈수록 심화 될 것 같다. 농가가 죽던 말던, 국민들의 건강이 위협을 받던 말던 모든 논리는 실용으로 포장된다.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국민들은 좋아할것" 이라는 대통령의 말을 들으며 나는 환호하는 미국민을 떠올렸다.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농가들에게 정부 보조금 지원이라는 생색만 내어놓은 채, 세계를 향해 비즈니스 하자는 대통령의 메아리는 공허하기만 하다. 전 세계가 미국의 오만함에 반기를 들며 자주권을 외치는 시기에 우리는 미국의 품에 안기기 위해서 선물 보따리를 마음껏 풀어 놓는다.  국민은 울상을 짓고 대통령은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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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들어오니, 자판기 커피 값이 인상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오르지 않는 것은 월급 뿐이라는 현실을 실감한다. 커피를 먹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방긋 웃는 여직원에게 즐겨 먹던 바나나맛 우유값도 조만간 오를것이라는 비보를 전해주었다. 여직원의 한숨 소리를 들으며 나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오후 내내 생존권의 위협을 받으며 울부짖는 농민들의 비명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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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iixx.tistory.com BlogIcon 명랑야수 2008/04/22 0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라지만, 우리나라는 그 반복의 주기가 너무나도 짧은것 같습니다.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그냥 막막~하고 한숨만 나오는게..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조차 모르겠네요.

    • Favicon of http://akdong2k.tistory.com BlogIcon G_Gatsby 2008/04/22 0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갈수록 힘들다고 다들 그러더군요. 누구를 위한 나라인지 아직도 헷갈립니다.명랑야수님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2. Favicon of http://raymond.tistory.com BlogIcon 레이먼 2008/04/22 16: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맘이 정말 편치 않는 요즘입니다.

    • Favicon of http://akdong2k.tistory.com BlogIcon G_Gatsby 2008/04/22 18: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레이먼님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뭐가 뭔지 모를정도로 어지럽네요. 잘 되어야 할텐데 말이죠.

  3. K. 2008/04/23 07: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 조직 사회내에서도 학연, 지연등 줄서기, 눈치보기가 사회생활의 일부분이듯이...
    국가간에도 국가의 실익을 빙자한 우방국가간의 협력(?), 눈치보기등..외교의 중요한 부분이죠.
    결의안이나 협약등의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오갔던 그 이면의 은밀(?)한 전문이나 협의문의 내용은 모를 수 밖에 없지요.
    비밀분류를 "대외비"도 아닌 "삼급 비밀"정도로만 해 놓아도...
    세월이 흐르고... 기억 속에서 잊혀지겠죠.
    아... 참 답답하네요.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국민들이 이 불안함을 감수해야하는지...

    • Favicon of http://akdong2k.tistory.com BlogIcon G_Gatsby 2008/04/23 07: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그렇죠.어쩔수 없는 현실이라면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과 설득이 중요한 것이죠. 지난 정부도 마찬가지였지만 설득과 경청의 자세가 안타깝습니다.